원장님 칼럼

사건 중심 구약 성서 해설 (15)

페이지정보

작성자 관리자 날짜19-07-20

본문

I.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 

 
1) 가인이 아벨을 살해한 동기 (창34:1-12)
 
실낙원 사건, 즉 첫 사람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께 범죄한 후 에덴동산을 쫒겨나는 사건에 이어서 형제(가인과 아벨) 사이의 살인과 최초의 순교 사건을 소개하는 성경의 내용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의미심장하다.  이 사건은 지옥과 다름없는 인간사회의 비극-전쟁과 살인, 질투와 증오, 원망과 불평, 비난과 중상모략, 사기와 폭력, 분쟁과 갈등 등-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한 성경적 대답이라 할 수 있고, 그 대답의 뿌리에 (원)죄, 즉 하나님께 대한 첫 사람 아담의 반역과 불순종이 있었음을 가르친다. 
 
아울러, 동생을 죽인 가인에게 “네 동생이 어디 있느냐?”(창 4:9)라고 물으시는 하나님의 수평적/대인(對人)적 관계에 대한 질문은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물으신 원초적 질문 즉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창 3:9)라는 질문-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수직적/對神적 관계에 대한 질문-을 상기시킴으로써, 지옥과 같은 모든 무질서(형제간의 불화, 사회 계층간의 갈등, 민족간의 전쟁 등)와 비극이 수직적 관계의 결렬에서 비롯된 것임을 가리킨다. 
 
성경을 읽는 독자들이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을 읽으면서 제기하는 첫번째 질문은, 이 엄청난 사건의 발단이 되는 제사(예배)의 형태에 대한 것으로, 하나님께서 왜 아벨의 예배는 받으시고, 가인의 예배는 거절하셨나 하는 것이다.  적어도 5천년 전의 사건을 다룬 구약적 맥락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기 힘들기에 현대 주석가들마다 다양한 가설과 해석이 제시되었다.
 
유대인 역사가였던 요세푸스의 설명(Ant. I, 54)에 의하면, 인간의 공력이 들어간 농산물(곡식)보다는 인간의 공력이 덜 들어간 축산물(양)을 하나님께서 더 선호하셨기 때문이라 했고, 어떤 주석가는 농산물 가운데 마지막 열등한 부분을 제물로 바친 가인의 제사보다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 중 극상품(창 4:4/히브리어 원문의 직역, “양의 첫 새끼들 가운데 첫 새끼, 기름들 가운데 기름” 참조)을 드린 아벨의 제사를 하나님께서 선호하셨다는 해석도 일리가 있지만, 신약신학적 해석 즉 이신득의(以信得義/Justification by faith)라는 핵심적 기독교 교리를 근거로 한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즉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믿음’으로 드리는 제사)를 봉헌함으로써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의롭다’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히 11:4,6).  아벨은 하나님의 존재와 약속, 즉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을 믿었고, 가인은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자기 생각대로 (형식적인) 제사를 드렸으며, 이와 같은 가인의 예배는 하나님을 향한 (교만/분노/뻔뻔함 등으로 표출된) 악행으로 평가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창 4:6-7; 요일 3:12).
 
특히 구약성경의 모든 사건은 신약성경에서 성취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빛 아래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성경해석적 원리에서도 이와 같은 ‘이신득의’적 해석의 타당성을 인정하게 된다.  모든 예배의 형식과 절차는 과거의 관습과 전통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할 때, 하나님께서 양을 죽이시고 그 가죽으로 아담과 하와의 수치를 가리워 주신 것을 통해서 때가 되면 세상에 내려오시어 희생될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한 감사와 증언이 있어야 함을 아벨은 알고 있었으며, 이와 같은 예배의 형태와 본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두 아들(가인과 아벨)은 그 부모인 아담을 통하여 인지하고, 그 관습에 따라 아벨은 양을 잡아 제사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벨은 양의 희생에 대한 감사와 증언이 예배의 본질이요 형식임을 알고 실천하였다는 것이다.  가인의 제사는 이 부분을 소홀히 하였기에 하나님께서 흠향을 거부하시는 예배가 되었다는 것이다.
 
성서 저자들이 이 사건을 읽으면서 제기하는 두번째 질문은, 가인이 아벨을 살해하는 동기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모든 독자들이 직감적으로 파악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동생에 대한 미움과 질투심 때문이었다.  아벨의 제사를 하나님께서 열납하시고 기뻐하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가인의 제사를 거부하시는 외부 증상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성경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으나, 아마도 아벨의 제단에 봉헌된 양기름의 (고소한) 향기와 연기가 하늘로 흡수되듯이 올라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가인의 곡물의 연기가 (거칠게 밀어닥친 동풍으로 인하여) 땅 바닥으로 무질서하게 흩어지는 모습을 보고, 가인은 안색이 변하고(4:5-6) 분노와 질투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와같은 가인의 마음 상태를 보시고 물으시는 질문에서도 그의 제어하기 힘든 미움과 질투와 분노가 확인된다(창 4:6-7).
 
앞의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와 같이, ‘미움과 질투’라는 죄의 뿌리에는 ‘교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 교만은 자기 자신을 하나님으로 착각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하나님처럼 대접과 존경을 받기를 바라는 하나의 탐욕이요 욕심이다.  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낮은 자리에 처하게 될 때 이와 같은 미움과 질투와 경쟁심을 느끼게 되어있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천사장 루시퍼가 이 욕심에 충동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시기 질투하다가 천국에서 세상으로 쫓겨났으며(사 14:13-14; 유 1:6), 모든 인류의 조상인 하와와 아담이 뱀의 유혹을 받아 이와 같은 교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에덴 동산에서 쫒겨났으며, 이 ‘교만’이라는 원죄를 물려받은 가인도 똑같은 죄의 함정에 빠져 결국 동생을 살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성경의 모든 저자들은 한결같이 모든 인간이 물려받은 원죄로서 교만을 지적하고 있으며, 특히 예수님께서도 모든 살인 행위의 배후에는 시기와 질투와 미움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고 계셨기에, 형제를 미워한 것 자체가 이미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씀하셨다(마 5:21-22).
 
(위의 내용 일부를 장영일의 저서, <하나님이 선택한 사람들, 2012>, 23-25쪽에서 발췌하였음을 밝힌다.)
<계속>
 
 
장영일 목사
구약학 Ph. D.
성령사관 아카데미 원장
Total 20 / 1 페이지
게시물 검색